본문 바로가기
책 읽어주는 남편

고혜정의 <친정 엄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8.

고혜정의 <친정 엄마>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은 방송작가 고혜정의『친정엄마』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모녀간의 이야기입니다.

시골에서 서울로 난생 처음 집 떠난 후 새삼 느낀 어머니의 사랑, 세월이 흘러 자신이 어머니가 되어 어머니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딸의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난 책입니다.

모녀이기 때문에 느끼는 갈등과 불만, 모녀이기 때문에 생기는 조건 없는 사랑, 모녀이기 때문에 담아둔 비밀스러운 감정.
이 모든 것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가슴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을 파헤치는 책입니다.

보따리 보따리 온갖 것들을 싸가지고 서울 딸네에 어머니가 올라왔을 때 딸은 별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왜 이렇게 많이 가져왔느냐고 짜증을 냅니다.

그 소리에 어머니는 서운했던지 한마디 합니다.

“너는 모를 것이다. 엄마 맘을. 너도 나중에 새끼 나서 키워봐. 그때 엄마 생각 날 것인 께. 나, 너 서울로 올라간 후로는 한 번도 니가 좋아허는 반찬은 안 히먹었어야. 내 새끼 좋아허는 거, 차마 내 새끼 빼놓고 못 먹겄데. 나, 너 서울 올라간 후로는 내 손으로 한 번도 과일 안 사먹었어야. 너랑 같이 먹을라고. 새끼는 다 그런 것이다.”


딸이 서울로 떠나갈 때 엄마는 그 동안 콩나물 값 두부 값 깎아서 모은 50원 100원짜리 심지어 5원짜리 동전까지 가득 든 불룩한 라면봉지를 내어 놓았습니다.
울면서 그 봉지를 집어넣은 고혜정이 기차역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장면입니다.

‘엄마와 나는 그날, 서로 눈길을 피해 먼 곳을 보며 울고 또 울었다. 나중에 서울행 기차가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나올 때는 그 때까지 서로를 위로하지도, 자신들의 감정을 추스르지도 못한 어머니와 나는 참았던 울음들이 북받쳐 엉엉 울었다. 그렇게 엄마를 역에 남기고 엄마가 꽁꽁 싸준 동전들을 들고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던 나.
결혼 해 살면서, 더 엄마가 그리워진다. 남편과 생활하며, 아이를 낳아 기르며, 나는 더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엄마 때문에 눈물이 난다.’

예,
이 책을 읽고 난 뒤, 뉴스메이커 편집장인 유인경 씨는,


“친정엄마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 무슨 말로 친정엄마의 노고를 치하할까? 흐르는 눈물만이 그 해답을 안다.”
고 했습니다.

아낌없이 준다, 가슴이 먹먹하다, 억장이 무너진다……….

왜 우리의 어머니들은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요.



* 책 읽어주는 남자  10월6일 방송입니다.


친정 엄마 - 10점
고혜정 지음/나남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