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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이야기

해양신도시를 삼쇠처럼

by 운무허정도 2024. 7. 7.

이 글은 6월 4일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되었다.

카테가트 해협의 덴마크 삼쇠. 제주도 1/16 정도인 북해의 청정한 섬이다. 바이킹 시대에는 그들의 모임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딸기가 유명하고 현재 4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크지 않은 이 섬이 세계에 알려진 것은 최초의 에너지자립 섬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립은 에너지 사용과 생산의 합이 제로라는 의미다. 삼쇠는 탄소중립에 이어 탄소배출량이 마이너스인 탄소네거티브까지 달성했다. 이런 삼쇠를 덴마크 사람들은 '기적의 섬' ‘동화 속의 섬’이라 부른다.

삼쇠섬이 올보르대학과 에너지 자립계획을 세운 것은 1997년이었다. 덴마크 정부의 재생에너지 아이디어경진대회에 채택되면서 시작되었다. 에너지 자립을 달성한 것은 시작 8년 후인 2005년이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가 동반되었다. 계획초기에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미온적인 주민도 있었지만 공직자와 전문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끝내 받아들였다. 그 결과 13%에 불과했던 삼쇠의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세계 최초로 100%에 도달, 기적의 섬으로 탄생하였다.

 

옛 마산시가 해양신도시를 구상한 건 1996년. 무려 28년 전이다. 2012년에 착공했던 매립공사의 준공이 눈앞인데 개발 후 섬의 최종 모습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사업권을 두고 다섯 번에 걸친 민간 공모가 있었지만 난마처럼 얽혀있다. 시민들은 새로운 수변공간이 탄생되기를 바라지만 사업권을 다투는 업체들은 돈벌이 외에 관심이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을 놓고 벌이는 난투극이 법의 이름으로 벌어질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 책임이 있고, 그 사회의 온갖 폐해에 대해서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해양신도시를 향한 눈길을 다시 모아야 할 때다.

옛 마산시부터 창원특례시까지, 해양신도시 개발계획은 별의 별것들이 세워졌고 지금도 여러 주장들이 나와 있다. 하지만 답은 하나, 해양신도시 개발의 대전제는 기존도시와의 시너지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마산은 더욱 피폐해지고 결국 해양신도시도 실패할 것이다. 기존도시와의 공생,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답이다.

덧붙여 제안 드린다. 저 섬을 덴마크 삼쇠처럼 미래 대한민국의 이정표가 될 ‘기적의 섬’으로 만들기 바란다. 창원시가 창원국가산단 50주년의 비전으로 발표한 네 가지 전략에도 탄소중립 선도계획이 포함되었다. 그 의지를 이곳에서 보여주기 바란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현재 제시된 해양신도시 구상을 보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한 계획이 아니다. 모든 시설을 에너지 최고등급으로 설계하고, 적극적인 기법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해 공급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투자비가 조금 더 들 수 있겠지만 세금혜택과 에너지요금 절약으로 얼마든지 상쇄시킬 수 있다.

해양신도시가 에너지 자립섬이 되면 탄소중립 선진사례로 국내외의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이다. 삼쇠는 인구가 4천이지만 창원은 백만 도시다. 국내최대 기계공업단지를 가진 도시이고, 가깝게 거대산업 클러스터도 버티고 있어 확산효과가 클 것이다. RE100 등 시대적 흐름에도 맞아 창원소재 기업의 이미지 상승에도 도움 될 것이 분명하다.

에너지 자립 섬, 한국 최초의 녹색 섬. 말 많았고 탈 많았던 해양신도시가 기적의 섬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것이 창원시가 내건 ‘동북아 중심도시’로 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도시의 운명은 시청에서 결정된다.’고 토로했던 건축가 르 코르뷔제가 생각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