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1912) - 13. 상업
13. 상업
이곳의 상업이 점차 진흥의 영역에 접어들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 해도 일반적으로 상거래란 것이 극히 유치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상업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경력 부족 탓만이 아니며, 오늘날까지 이주하고 있는 상인들이 비교적으로 대자본가가 적기 때문이며 일면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도 사료된다.
그래도 진해의 실업가 즉 상인이고자 하는 자들은 더욱 더 원대한 포부 밑에 각자가 발분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주의를 환기하고 싶다.
진해 군항으로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도 상항(商港)으로서는 아직 알려져 있지가 않다.
그런데 선박 출입에 편리한 양호한 항만을 두고 있는 이곳은 상항으로서 그 진가가 발휘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에서 보면 진해 군항이기 때문에 도저히 대상업지가 될 수가 없다. 불가능하다고 하는 자도 있겠거니와, 이는 가까운 장래도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의 말인 것이다.
상업지라 통틀어서 말하는데 그것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 줄 안다.
진해 같은 곳은 확실히 소매 상업이라는 점에서 팽창해야만 되는 곳이라 믿는다.
백화(百貨)가 모여드는 데서 크게 이익을 얻을 땅이 아님은 저절로 알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도매를 위주로 유지가 가능할 땅이 아니며 소매를 위주로 충분히 유지가 가능할 곳임을 말한 것이다.
그래서 개항 당초부터의 상업지로서 어떻게 되어왔는지 그 경로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물자를 마산에서 공급받고 있다가 일찍이 부산 상인들이 눈을 돌리게 되어 당지에서 소비할 물자는 마산과 부산이란 두 군데서 공급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당지는 마산, 부산 양지 상인의 세력권이라 간주되어 양지 상인의 활동무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제1기 건축이 약 반 정도 된 상태에서 비로소 고장에 뿌리박은 상인들이 겨루듯이 나타난 것이다.
나오긴 나왔는데 이 상인들은 자본이 빈약해서 상품 구입은 마산 혹은 부산에 기댈수밖에 없다.
오로지 고장에 식기기 · 1왔다는 것뿐이며 그 실질에는 마산과 부산 간의 상인들이 직접 공급해주는 것보다도 비교적 비싼 것을 사야만 된다는 형국으로 되어 있었다.
어찌해서 그렇게 비싼 것을 진해에 사는 사람이 사야만 되느냐 하면, 그는 결국 상인이라 하는 자들이 자금이 빈약해서 내지 대상항의 상인들과 거래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마산 부산 간 상인들에게 구입해 온 비싼 가격에 또 이익을 얹혀 더욱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도매 위주로 일어서려면 내지상인의 손을 거친 것보다 물건에 따라서는 외국에서의 직접 수입품이 더 싸지는 것이 틀림없겠다만 도매 위주로 일어서기 곤란하며 가망 없는 이곳은 반드시 소매 위주로 일어서야 할 것이다.
소매 위주로 한다면 부산이나 마산 상인이 하고 있듯이 오사카 등과 직접 거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생이 소매 위주로 성공하려면 반드시 오사카 등과 거래를 자주 하는 식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미 전술한 바와 같다.
그런데 요새 이곳 상인 중에서 내지와 직접 거래를 트게 된 자가 많아졌다.
이는 동업자 증가와 더불어 경쟁이라는 것이 일어나 이 경쟁 결과 가격을 싸게 해야 된다는 염가로 하기 위해서는 여태껏 방식으로는 통하지 않으니 아주 새 국면을 열고자 내지와 직접 거래하게 된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이는 진해 상업계(商業界)를 위해서는 기뻐해야 할 현상이다. 소매 위주라 해도 상업상의 지위는 결코 우습게 볼 수는 없다.
진해 재주(在住, 그곳에 머물러 삶) 상인은 진해에서만 상업을 영위한다는 규율이 없는 이상, 지방을 향해 발전해 나갈 수 있다.
부근에는 아직 많은 고객이 기다리고 있다. 다름이 아닌 그것은 한인이다.
한인을 상대로 교환매매를 장려하면 확실히 소매 위주로 한 상업이 성공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 주목하여 가게 발전을 도모한다면 성공의 길로 들어서기 쉬울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시내 거래상황을 말해 두어야 하겠는데 물가 통일이 이루어져 있지가 않다는 점과 경쟁 결과 생길 노베토리히키(延取引, 일정기간 결재를 유예해주는 거래), 그리고 노베토리히키에서 파생할 고가 판매란 악폐 등은 반드시 교정되어야 할 대목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상공회의소 등 상업가의 기관이 구비되어 있지 않아 어쩔 수가 없겠지만 그런 일들을 꼭 개량하지 않으면 진해 상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는 없다고 본다.<<<
이 글은 2022년 창원시정연구원이 1910년대와 20년대 진해의 모습을 담은 세 권의 책을 번역하여 하나로 묶어 낸 지역사발굴연구 교양총서 3권 『근대 문헌 속 진해』 중 『진해』 부분이다. 1912년 출간되었으며 저자는 스기야마 만타(杉山萬太)이다. 본 포스팅은 비영리를 전제로 창원시정연구원의 양해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