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도시이야기

마지막 선택 맞은 해양신도시

by 운무허정도 2021. 12. 20.

<이 글은 2021 12 15일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기고문입니다.>

자랑이 될 건가 수치가 될 건가

개발 줄이고 새 관리모델 찾아야

 

긴 시간이었다. 마산 해양신도시가 저 모습으로 드러나기까지 무려 20여 년이 흘렀다. 주장도 많았고 다툼도 많았다. 그 사이 도시가 통합되었고 시장도 몇 차례나 바뀌었다. 섬의 규모와 모양도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이제 모든 과정은 끝났다. 덩그러니 펼쳐진 19만 4000평 땅이 지금까지의 결과다. 없앨 수도 옮길 수도 없다. 저 땅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질문만 남았다.

 

 

창원시는 민간에 6만 1000평 개발을 맡기고 나머지는 공원, 미술관 등 공공용지로 사용하겠다면서 그에 따른 절차를 거쳐 한 개발업체를 택했다.

19만 4000평 모두 공공용지로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되돌릴 수는 없다. 이제는 현 상황에서 최선책을 찾아야 한다. 현재 창원시는 선택된 업체와 개발 방법과 내용을 협상하고 있다. 이 협상에서 개발내용이 결정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그런 점에서 20년 시간 중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다.

해양신도시를 두고 걱정이 많다. 시민들 걱정은 기존 도시와 중복되는 건물들, 즉 주거와 상업용 건물 때문이다. 이 걱정은 '해양신도시가 성공하면 기존 도시는 망하고, 기존 도시가 살아남으면 해양신도시는 망한다. 둘 다 잘될 수는 없다'는 말까지 낳았다. 풍선효과에 근거한 영 틀리지 않은 말이다.

마지막 선택을 앞두고 창원시에 충심으로 고언 드린다. 오랫동안 이 일에 관계해 온 시민사회 전체 목소리이니 숙고해주시기 바란다.

첫째, 개발 규모를 줄여야 한다. 30만 평의 건물은 너무 크다. 공간 밀도도 높을 뿐 아니라 대규모 수익성 건물은 결국 도시적 폐해를 낳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창원시가 용지 일부를 다시 집어넣더라도 건물 규모를 줄여야 한다.

둘째,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주거용 건물을 대폭 줄이고 상업용 건물은 없애다시피 해야 한다. 혹자는 개발계획에서 아파트는 1000가구 미만이라고 말한다. 그건 기망이다. 레지던스호텔, 오피스텔, 노유자시설 등은 사실상 주거용이다. 마산지역에 아파트 공급이 과도한 것은 누구나 안다. 2019년 이후 준공한 아파트 1만 가구,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 3000가구, 2024년까지 지을 아파트가 2만 3000가구 기다리고 있다. 상업용 건물을 짓지 말아야 할 이유는 굳이 설명도 필요치 않다.

셋째는 개발 이후의 문제이다. 사업자는 개발된 건물의 민간분양을 선호한다. 수익도 많을뿐더러 사업 후 손을 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물이 개인 소유가 되고 나면 결국 난개발될 수밖에 없다. 무려 19세기 말 영국의 하워드가 예고했던 일이고, 국내외 모든 개발에서 증명된 일이다. 해양신도시가 진정 멋있고 수준 높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면 새로운 관리모델을 찾아야 한다. 길은 얼마든지 있다.

최근 해양신도시 인접 수변공원이 개장해 시민들 반응이 아주 좋다.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심지어 그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바다를 접하고 있었지만 바다와 단절되었던 도시였다. 걷고 싶은 길을 걷고, 앉고 싶은 벤치에 앉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수준 높은 도시공간의 흐름이 해양신도시 안으로까지 이어지면 좋겠다. 시민도 공직자도 저와 같은 생각일 텐데, 생각이 같다면 예상되는 리스크를 미리 걷어내야 한다. 위 세 가지 고언이 바로 그 리스크이다.

마지막 선택 앞에 선 해양신도시, 이 도시의 자랑이 될 것인가, 수치가 될 것인가, 그것은 창원시의 손에 달렸다.<<<

 

허정도 / 전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