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주장이 마산시내 간선도로 한복판에 걸렸다.
‘통합시 명칭은 마산시, 청사는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마창진 통합이 눈앞에 왔고, 출범 전에 결정해야할 것도 많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이 통합시의 명칭과 청사의 위치 문젠데 그 결정을 여론조사로 한다는 소문을 듣고 내건 현수막이다.
현수막을 보는 순간 얼굴이 화끈했다. 마산사람인 내가 봐도 너무 염치없다 싶었다.
시내 여기저기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걸렸다.
현수막을 내건 단체명은 달랐지만 문구나 제작방법을 보니 어딘가에서 한꺼번에 의도적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여론조사용이니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창원와 진해도 마산과 같은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세 도시가 전부 이런 식이라면 이번 여론조사는 하나마나다.
나아가 세 도시가 똑같이 이렇게 자기중심적이라면 통합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자기 것만 챙기는 형제들은 한 집에 살기보다 차라리 따로 사는 게 더 낫지 않은가?
통합이 마치 다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아직 첫 걸음도 못 내밀었다.
통합시의 명칭과 청사의 위치 결정이 그 첫 걸음인 셈이다.
첫걸음에서 이런 현수막을 도시한복판에 공개한다는 것, 생각해볼 일이다.
이렇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당하지도 않다.
타 도시 사람이 이 현수막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이런 자세라면, 될 통합도 안 되는 것 아닌가?
좋아질 것이라 믿고 추진하는 통합이지만 실패한 사례도 많다.
모든 통합이 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성공을 기대하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는 대체로 자신을 내세울 때 생긴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 마산 창원 진해는 없다. 통합시만 있을 뿐이다’ 는 자세가 절대필요하다.
여론조사 너무 좋아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도시명칭을 여론으로 결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청사의 경우는 다르다.
청사의 위치는 통합시청의 업무와 역할 등이 결정되고 난 뒤 통합도시의 마스터플랜을 짜면서 다루어야할 문제다.
만약 통합시에서는 통합시청의 권한을 줄이고 구청에서 업무 대부분을 처리하게된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통합시 청사는 클 필요도 없고 위치도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될텐데 벌써 위치를 확정짓는 것은 옳은 순서가 아니란 말이다.
과학적으로 접근할 문제지 여론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결정이 꼭 필요하다면 세 도시 중 어느 도시에 둘 것인지 합의해두는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작년 12월로 돌아가 보자.
마산과 달리 창원과 진해시민들은 세 도시의 통합을 탐탁찮게 받아들였다.
진통 끝에 시의회가 통과는 시켰지만 두 도시의 시민들 반응은 별로였다.
하지만 마산시의회의 통합결정은 큰 잡음이 없었다.
약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축하 속에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통합에 대한 시민여론도 창원 진해는 50% 남짓했지만 마산은 90%에 육박했다.
통합을 원하는 강도의 차이가 그만큼 컸다.
이렇듯 통합을 가장 원했던 쪽이 마산시민이라면, 통합 후에 대한 기대도 마산시민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마산시민들이 먼저 마음을 비우고 대의를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통합적 마인드’ 이다.
자신을 강조하면 할수록 통합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자칫 잘못하면 세 도시가 반목과 갈등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진정으로 성공한 통합을 바란다면,
자기 자리에 서되 전체를 보아야 하고, 자신의 주장을 하되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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