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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마산YMCA 몽골 체험기 (3, 마지막)

by 운무허정도 2023. 10. 14.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 몽골연수

 

기간: 2023년 6월 16일부터 21일까지 4박 6일

장소: 몽골YMCA, 울란바트르, 미니 사막, 테를지 국립공원 등

참가자: 고효빈, 김민정, 김재현(글쓴 이), 김정하, 김태석, 박수연, 박유경, 백은석, 신삼호, 이경수, 이서희, 이승준, 이영호, 이윤기, 이인안, 이종호, 이지순, 이지원, 정규식, 정민교, 정은희, 조정림, 조정순, 차윤재, 한지선, 허정도,황옥자 (이상, 27명)

 

역사와 전통문화를 만난 몽골의 마지막 날 (6월 20일, 일요일)

몽골여행 마지막 날, 이비스 호텔에서 여유롭게 식사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먼저 시 중심부 부근에 있는 티벳불교 사원인 간단사원으로 간다. 울란바트로 시의 교통체증을 실감하면서 사원 입구 광장에 도착했다.

간단사원의 정식 이름은 간단테그치늘렌 사원이며, 한자로는 감단사(甘丹寺)로, ‘완벽한 기쁨의 위대한 장소’라는 의미이다. 간단사원은 19세기 중엽에 건축되었고 현재 몽골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1930년대 몽골인민혁명당의 공산정권 하에서도 유일하게 종교활동을 보장받았던 사원이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상(관음보살상)과 여러 개의 작은 절(전각), 승려들의 기숙사, 부설 불교대학이 있다.

중앙에 있는 본당에 들어가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상인 관음보살상(26.5m)을 볼 수 있고, 불상 다리 앞에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놓여있다. 마침 법회가 열리고 있어 잠시 직관할 수 있었다. 불교대학 건물 안에서는 옷 색깔이 다른 어린 스님, 젊은 스님, 노스님이 앉아서 소리내어 경전공부를 하고 있었다. 영화로만 보던 티벳불교 특유의 경전암송과 기도, 악기공연, 경전공부의 자유로운 분위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점심 식사 후에 날이 더워 수흐바타르 광장은 밤에 가기로 하고 칭기스칸 국가박물관으로 간다. 2022년 10월에 개관한 칭기스칸 박물관은, 개관식에 역대 대통령들과 정치인들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참가했다. U.Khurelsukh 몽골 대통령은 축사에서 "몽골 국민의 수백 년의 자랑과 꿈인 칭기스칸 박물관“은 "몽골 역사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데 기여할 박물관”임을 밝혔다.

기존의 중앙박물관 역할을 하던 몽골국립박물관 뿐 아니라 과학원, 대학, 지방박물관 등지에서 소장하던 국보급 유물들을 칭기스칸 박물관이 통합, 전시하게 되면서 몽골을 대표하는 최대 규모 박물관이 되었다.

박물관 외관은 대문 위에 있는 금색 장식물과 돔 지붕으로 독특하다. 금색 장식물은 몽골 역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역대 왕들인 칭기스칸, 오고타이칸 등 다섯 칸의 인장이며 돔 지붕은 몽골의 게르를 상징한다고 한다.

건물 면적은 총 20,500m²이며 9층으로 되어 있다. 1층은 로비로 천장이 매우 높고 다양한 시설이 있다. 우리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자유롭게 앉아 단체 사진을 찍었다. 3층부터 올라가며 시대 순으로 고대 국가(흉노, 선비, 유연), 고대 유목국가(터키, 위구르, 거란), 대몽골, 대몽골제국, 칭기스칸 왕조(14세기)의 왕과 귀족, 세계와 몽골인 등의 15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12,000 점의 전시품이 소장되어 있다. 그 중에도 칭기스칸이 전쟁 때 실제로 사용했던 9개의 검과 깃발 등은 실제 유물로서 중요하다고 한다. 몽골에는 ‘역사를 모르는 사람은 숲 속의 길 잃은 원숭이와 같다’는 말이 있다는데 역시 역사를 중시하는 나라답다.

 

우리 일행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중요한 전시물 중심으로 관람했다. 몰랐던 몽골 제국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감탄하고, 질문하고 설명도 들으면서 열심히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여행을 통해 실감하며 배우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몽골 제국은 칭기스칸(1162-1227, 재위 1206-1227)에서 시작하여 아들들(오고타이칸, 챠가타이칸)을 거쳐 손자대인 뭉케 칸에 이어 쿠빌라이 칸(1215-1294, 재위 1260-1294)에 이르러 영토를 최대로 확장한다. 쿠빌라이 칸은 1271년 국호를 원으로 바꾸고 카라코룸에서 대도(지금의 북경)로 수도를 옮긴다. 이미 정복한 고려(1259년 뭉케 칸 때 정복됨)와 여몽연합군을 결성하여 일본을 정복하려다 태풍 때문에 실패한다(1281) 이 태풍 때문에 일본이 살았으므로 일본인들은 神風 즉 카미카제라 한다.

가장 넓은 몽골제국의 지도

 

마르코 폴로(1254-1324)는 1274년 북경에 있는 쿠빌라이 칸에게 와서 17년간 여러 가지 국정을 담당하며 여행한다. 이 경험들을 책으로 쓴 것이 [동방견문록](원제목은 [세계의 기술])이며 이 책을 읽은 콜럼버스(1450-1507)가 인도로 항해해 가다가 아메리카 대륙에 닿는다(1492년).

몽골 제국이 실크로드를 평화롭게 관리하고, 몽골군의 강력한 통제 덕분에 일시적으로나마 몽골 주도 하의 평화, 즉 ‘팍스 몽골리카’가 세워져 동서양의 사람들이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활발하게 문물을 주고받았다. 몽골 제국에 이르러 비로소 세계사가 탄생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15-16세기의 ‘대항해의 시대’를 근대 사회의 출발로 보는 서구 중심의 세계사를 배웠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몽골이 세계를 지배하던 13-14세기의 ‘대여행의 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대항해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본다.(김호동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돌베개. 3,4장. 상세한 몽골 역사에 대해서는 이 책 참조)

박물관 관람을 끝내고 이제 기념품 등을 사기 위해 몽골의 대표 백화점인 국영백화점을 방문한다. 이 백화점 옥상 좌우에 1924와 2023이라는 숫자가 보이는데, 이는 1924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100여년간 운영된다는 표시이다. 1층에는 환전소와 슈퍼마켓이 있고, 2층에는 고비, 고욜 등 몽골의 주요 캐시미어 브랜드가 모여있다.(오늘인지 어제인지 기억이 희미하지만 잠시 캐시미어 공장에 들러 구경하고 쇼핑했다) 맨 윗층인 6층에 몽골에서 가장 큰 기념품 매장이 있다.

나는 6층에서 조그만 기념품을 사고, 3층(4층?)으로 내려가 최고급 보드카 ‘소욤보(몽골인의 문자로 몽골의 상징이며 국기 문양이기도 하다)’ 한 병을 샀다. 해외여행에서 기념품은 빠질 수 없는 것, 모두들 각자 형편대로 적절한 기념품을 고르느라 고심하며 바빴을 것이다.

이제 6시에 예약된 몽골전통민속공연을 보러간다. ‘투멘에흐 예술극장(Tumen-Ekh Folksong and Dance Ensemble)’은 유목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전통예술극장이다. 전통 의상을 입고 마두금을 비롯한 악기 연주와 몽골 노래, 서사곡, 티벳 불교의식, 무당춤, 곡예, 탈춤 등의 공연을 한다고 한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직사각형 무대가 바닥에 있고 중앙과 양 옆으로 계단식 좌석이 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어 재빨리 무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공연 중에는 사진을 못 찍으므로 대충 몇 장 찍는다.

모든 공연이 멋있고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마두금 연주를 하며 흐미로 노래 부르는 것이 압권이었다. 흐미는 몽골의 전통 창법으로 한 사람이 두 사람의 목소리를 내는 듯한 기법이다. 흐미는 한 번 부를 때 동시에 두 개의 소리를 낸다는 뜻으로, 한 사람이 고음과 저음을 동시에 내는 이 창법은 초원의 바람 소리를 묘사한 것이라 한다. 울리는 듯한 소리 같기도 하고 두 소리가 겹친 듯 한 느낌이기도 하다. 이는 매우 어려운 창법이므로 몽골인들 중에서도 흐미를 잘 하는 사람은 드물다.

몽골 노래와 연주는 모두 자연과 인간, 환경의 조화가 주된 주제이며, 광활한 초원에서 하늘과 바람, 초원을 달리는 말 등의 대자연 속의 유목민들의 삶을 표현한다. 1시간 정도 관람 후 밖으로 나오니 한지선 간사가 몽골 춤을 멋지게 춘다. 모두들 따라하며 신나는 분위기다.

 

저녁 식사 때에는 몽골YMCA 사람들이 찾아와 같이 향연을 즐겼다. 식사 후 다시 국영백화점 방문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나와 위원장 등 몇 사람들은 국영백화점 건너편 광장거리를 산책한다. 이곳에는 다양한 외국 식당과 카페가 있고 많은 시민들이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고 있다. 조금 남쪽으로 걸어가니 비틀즈 조각상이 있는 ‘비틀즈 광장’이 있고 좀 더 걸어가니 ‘서울의 거리’가 나왔다, 이 곳에 있는 정자인 ‘서울정’을 구경하고 돌아오면서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여 맛보며 즐겼다. 짧았지만 식사 후 재미있는 산책 시간이었다.

몽골YMCA 사무총장과 이사와 함께

 

밤이 되어 날씨도 시원해지고 이제 마지막 코스인 울란바토르의 중심부에 있는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간다. 수흐바타르는 몽골의 독립 영웅이자 개국 공신으로 불리는 혁명가이다. 그는 중국의 지배를 받던 몽골의 독립을 위해 1920년 몽골인민혁명당과 인민의용군을 결성하여 무장독립운동을 이끌었다.

1921년 7월 11일는 소비에트 붉은 군대와 연합하여 중국을 몰아내고 몽골의 독립을 선포했다. 1923년 30세 젊은 나이로 사망한 그의 얼굴은 몽골 화폐 ‘투그릭’에도 새겨져 있다.(100투그릭 이하 지폐, 500투그릭 이상은 칭기스칸 얼굴) 그를 기리기 위해 몽골의 수도 이름을 ‘붉은 영웅’이라는 뜻의 ‘울란바토르’로 변경하고, 도시 중심에 그의 이름을 딴 ‘수흐바타르 광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1992년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몽골이 민주화된 이후 금기시되었던 몽골 민족주의가 다시 뜨기 시작하면서 수흐바타르보다 칭기스칸을 더 높게 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2012년에 민주당이 시의회 선거에서 다수를 차지한 이후 2013년에 시의회 결의를 통해 광장 이름을 칭기스칸 광장으로 바꿨다. 이는 사회주의 시절 유일 정당이자 현재에도 유력 정당인 몽골인민당의 큰 반발을 샀고, 인민당은 해당 명칭 변경이 법적 하자가 있다며 행정법원에 제소했다. 2016년에 행정법원은 해당 명칭 변경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명칭도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환원되었다.

이 광장의 주인공인 수흐바타르의 기마동상이 광장 가운데에 우뚝하게 서있다. 우리는 이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자유롭게 구경한다. 광장의 북쪽에는 국회의사당과 정부종합청사 겸 총리와 대통령 집무실로 쓰이는 웅장한 건물인 국가궁전이 있다. 건물 중앙에 근엄하게 앉아있는 칭기스칸의 동상. 칭기스칸 앞쪽 좌우에는 개국공신 장수 두 명의 기마상이 있고, 건물의 양 끝으로는 몽골 제국의 대를 이은 아들 오고타이칸과 손자 쿠빌라이칸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주의 시절에는 칭기스칸이 폄하되었고 함부로 말하는 것도 금기였기에 이 동상들은 세워질 수 없었다. 현재의 동상은 민주화 이후 국가궁전에서 회랑을 새로 만드는 등 증·개축하면서 세워진 것이다. 칭기스칸과 담딘 수흐바타르는 몽골인들이 존경하는 인물이다 보니, 결혼식 때도 이 곳을 찾고 지방의 몽골인들도 울란바토르에 오면 방문하는 곳이다. 국가 행사, 집회, 인기 뮤지션 콘서트, 축제 등 여러가지 용도로 쓰인다.

1989년부터 시작된 민주화 운동도 이 곳에서 일어났다. 광장 주위로는 오페라 발레 극장, 사회주의 시대의 문화궁전, 몽골국립박물관, 몽골에서 제일 높은 블루 스카이 빌딩 등이 있다. 우리는 여기저기 둘러보고 사진 찍으며 몽골 사람들의 여유로운 일상을 볼 수 있었다.

몽골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조금 아쉬웠지만 항공기 출발 시간에 맞추기 위해 칭기스칸 국제공항으로 출발한다. 몽골여행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매우 인상적이고 색다른 경험을 한 재미있고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새벽 1시 30분 비행기로 3시간 40분 정도 걸려 김해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6시가 넘었다. 모두 건강하게 무사히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