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수1 기억을 찾아가다 - 17 17. 공놀이, 헌병사령부 축구팀 우리 어릴 때 겨울 빈 밭에서 새끼로 동여맨 짚 뭉치를 차고 놀던 기억이 있고, 간혹 있은 잔칫집에서 나온 돼지 오줌보에 물을 넣어 차고 놀던 일도 어렴풋이 기억의 한 자락에 남아 있다. 형들이 흉내 내는 데 따라 짚 뭉치 잡고 던지고 뺏으면서 듣기만 한 럭비를 한답시고 빈 밭고랑과 둑을 쓸던 기억도, 푸석푸석한 밭이라 살이 아프지 않아 좋았던 느낌도 어렴풋이 남아있다. 고무로 된 공을 본 건 전쟁 중 반쪽 운동장에서 처음이었던 것 같고, 가죽으로 된 공을 만져본 건 정전 전후였던 것 같다. 군용물자들이 대거 민간에 불하되어 시중에 나오면서 고무제품이나 가죽제품들이 가공되어 우리들에게 까지 영향을 준 것 같다. 까만 고무주머니에 바람만 넣은 공이었지만 보통 아이들이 가지.. 2018. 2.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