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의회가 마산을 창원 진해와 통합시키기로 결정한 3일 후인 어제,
12월 10일 목요일 밤.
‘마산을 살리자’는 책의 출판을 축하하기 위해 경남대 평생교육원에 사람들이 모였다.
서익진 교수의 신간 『마산, 길을 찾다』의 출판기념회 이야기이다.
이 책은 서 교수가 그 동안 마산도시재생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남겨 놓은 글들과 마산도시재생과 관련한 각종 토론회 등에서 주장한 내용들을 재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리아미디어'에서 기획한 '리아프리즘문고 제1호' 출판이었다.
리아프리즘문고는 지역 도시영역, 문화 예술영역, 인문 사회영역의 세 분야에 걸쳐 지속적인 출판을 구상하고 있다.
지역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겠다는 포부도 보였다.
도서출판 불휘를 운영하는 우무석 김리아 부부의 아름답고 원대한 시작이었다.
경남대의 김남석(언론정보학), 김재현(철학), 배대화(문학), 서익진(경제학), 유장근(사학) 다섯 교수가 기획에 참여, 일을 진행시킨다.
사람들이 모이자 분위기를 이끄는 대화는 역시 ‘마창진통합’이었다.
“통합이 되면 마산은 어떻게 되는고?”
“통합이 어쩌고 저쩌고”
답은 없었다. 지나가는 말들만 있었다.
사회를 맡은 정규식 씨의 첫 인사에서도,
발간취지를 설명한 유장근 교수의 말에서도,
마산에 대한 진한 애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흘러나왔다.
책을 펴낸 「리아미디어」김리아 대표의 발행인 인사는 특별했다.
수줍은듯하면서도 자신 만만,
낮고 고운 목소리로 지나온 일과 다가올 일들을 설명하는 중년 여인의 차분한 인사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서 교수와 인연이 깊은 세 분이 차례로 나와 축사를 한 후,
마산MBC 사장을 지낸 박진해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대표가 저자를 소개했다.
학력 경력 저서 등 빤한 소개가 아니라,
소개하는 사람과 소개 받는 사람 사이에 있었던 사건과 사연을 이야기로 엮으면서 저자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특별하고 인상 깊었던 소개였다.
오래 전 작고하신 서 교수 아버님의 운명에 얽힌 이야기에서는 울컥거리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순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청중들은 숙연했고 즐거워야할 출판기념회가 순간 무거워졌다.
소개를 받은 서 교수가 친구로 부터 출판축하 선물로 받은 개량한복을 입고 나와 인사를 했다.
고마움에 대한 감사인사에 이어 책을 쓴 의도와 과정에 대한 감회를 피력했다.
부족하지만 내가 서평을 겸한 강연을 했고,
가수 하동임 씨(서 교수 처제)의 노래로 출판기념회는 끝났다.
뒷자리는 막걸리로 유명한 ‘심소정’에서 열렸다.
후배 정성기 교수는 감회를 밝혔고,
친구 최갑순은 서익진을 자랑했고,
아내 하효선은 남편 서익진이 고맙다고 했다.
후배 윤치원은 선배들이 자랑스럽다고, 서 교수의 얼굴이 자신의 아버지와 닮았다고도 했다.
막걸리에 술기가 약간 오른 서 교수는 마지막 인사에서 ‘세계와 국가와 지역의 연관성’에 대해 진지하게(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았음) 이야기 한 후 오래된 노래 한상일의 '애모'를 불렀다.
남 앞에서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 서 교수로서는 파격적인 감정표현이었다.
의미 있고 재미있었던 한 경제학자의 출판기념회는 여기까지다.
토론 없는 사회, 형식에 젖은 사회에서 오랜만에 즐긴 자유로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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