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무역장벽, 재생에너지
이 글은 2022년 9월 28일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북극 빙하와 킬리만자로 만년설이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했다. 이대로 가면 종국에는 모든 것이 끝장난다고, 종말이 올 것이라고. 과도한 걱정?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늦추어도 될 만한 시기는 이미 지났다.
정부는 최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 안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30.2%에서 21.5%로 낮춘다고 밝혔다.
지구환경문제를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나라건 정부의 발걸음은 늦다. 빠른 쪽은 역시 기업이다. 대표적인 것이 ESG경영과 RE100이다.
친환경, 사회공헌, 윤리적 지배구조를 내건 ESG경영은 미국의 2050년 탄소중립 발표와 파리기후협정 복귀로 점점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는 2025년까지 ESG경영 등급을 공시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상장사가 공시하도록 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서는 기업의 재무제표에 ESG경영을 포함시키자는 움직임도 있다. 이 대열에서 탈락하면 은행대출도 못 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견까지 있다.
RE100은 기업 스스로 일정시점까지 자신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약속이다.
여기에 원자력발전은 제외된다. 세계 최고기업 중 하나인 애플은 이미 달성했고, 애플에 납품하는 업체들에도 1930년까지 RE100을 달성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상의 조사에 의하면 이미 국내 대기업 1/3이 외국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요구를 받았고 그중 1/3은 3년 내 이행하라는 기한통보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20여개 대기업이 이미 RE100에 가입했고, 삼성전자도 지난 15일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의 해외 사업장들은 이미 가입했으며, 삼성의 강력한 경쟁사인 대만 TSMC도 2년 전에 가입했다.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럼에도 재생에너지를 미루거나 피하는 것은 기차가 처음 나타났을 때 철도를 거부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에너지 사용량도 줄여야 한다. 주거건축의 경우, 한국은 독일과 일본에 비해 무려 2~3배 높다. 기존건물의 에너지성능을 향상시키고 신축건물의 에너지기준을 강화해야 하며 재생에너지 생산시스템을 확장해나가야 한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비율은 7~8% 밖에 안 된다. OECD 평균인 30%에 비해 턱없이 낮은 꼴찌다. 이 발전량은 RE100을 선언한 기업의 수요에도 미치지 못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렇게 가면 결국 기업이 스스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든지, 아니면 재생에너지 사용이 가능한 나라로 사업장을 이전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본의 대표기업 소니는 향후 재생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면 일본을 떠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정부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상품은 성능과 가격의 경쟁이었다.
질 좋고 싸면 그만이었다. 한국경제도 이런 체제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성능과 가격 대신 ‘어떤 에너지로 만든 제품이냐’가 관건이다. 유럽은 물론 미국과 중국까지 이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여태까지 없었던 ‘윤리적 무역장벽’이 탄생했으며, 기후위기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자 이 장벽은 윤리적 정당성까지 확보하였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한국제품은 수출경쟁력을 잃게 된다. 늦추어서 될 일이 아니다.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며, 답은 재생에너지뿐이다. 다행히 재생에너지 산업의 선두에 한국기업들이 많다. 정책만 정해지면 못해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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