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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도시이야기

마산항지(1926년) - 107 - 곤권(坤卷) / 제27장 선인의 잡속(雜俗)

by 운무허정도 2024. 7. 8.

제27장 선인의 잡속(雜俗)

 

1. 설날(元旦)

선인은 다 음력을 쓰며 새해를 맞이하면서 밤부터 술을 마시며 설날부터 사흘 동안, 심지어는 열흘 동안이나 점포를 열지 않고 집에서 한가로이 놀기도 한다.

 

혹은 친척이나 친지를 방문해 술잔을 주고받기도 하고, 아이들은 색동옷을 입고 등산하는 것이 상례다.

따라서 오르기 쉬운 다이시도오(太師堂)가 있는 환주산(還珠山)에 잘 가는데 아이들이 많이 모여 올라가니 산이 오색으로 물들여진 것 같다.

설날에는 시장 상인들이 나오지도 않으며 2일부터는 점점 나오기 시작하여 6일경에는 일상으로 복귀한다.

관공직에 있는 자가 설날에 명함교환 모임에 가는 것은 물론이지만 과거에도 국기를 게양한 적이 없다는 것은 유감이다.

음력 설날에 지나인은 오색기를 걸고 새해를 맞이해 술을 마시는 것은 선인과 같다.

내지상인 중에도 선인을 상대로 하는 자들은 역시 당일은 점포를 열지 않는 자가 많다.

 

2. 분회(盆會, 우란분회(蘭盆會). 음력 7월 15일에 조상의 혼을 불러 공양하고 부모의 한없는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불교 행사.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까지는 널리 알렸으나 조선시대 이후로 사찰에서만 재를 올리고 일반에서는 백중놀이를 벌였다)

선인에게 우란분(蘭盆)이란 8월에 각자 날씨 좋은 날에 분묘에 가서 절을 하고, 중추절 보름부터 3일 동안 혹은 20일경까지는 일반적으로 쉬는 날이 되며, 각자의 분묘에 가 절을 하고 하루 종일 묘 곁에서 노는 것을 가르친다.

그래도 내지인과 같이 스님을 불러서 독경을 한다든지 혹은 장례식에 스님의 인도(引導)를 바란다는 일은 전혀 없다.

때문에 가정에는 불단의 설비도 없으며 단지 정령안치(精靈安置)의 증좌로서 벽에다 백지를 붙여놓기만 한다.

선인의 생각에 따르면, 사람은 죽으면 영혼이 허공에 사라지고 잔해는 땅 밑에서 영면한다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기에 스님의 인도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님들은 사원에 모여 살면서 일 년 내내 삼계만령(三界萬靈)의 명복을 기도할 뿐, 장조(葬弔)의 예식에 참가할 자가 아니라는 관습은 고래로부터 내려오는 것이라서 내지인과 같이 스님과 일반인 간의 복잡한 관계도 없다.

또한 피안춘추(彼岸春秋)의 불교 행사도 역시 없기 때문에 마산부 내에는 한 개의 절도 존재하지 않고, 신마치에 통도사 포교당만 있으나 오로지 불교 강연을 하는 데에 그치고 장조의례와 나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부내에는 간혹 탁발 스님이 오곤 하는데 이것은 시골 지방의 어떤 사원에 모여 사는 승려가 자신의 욕심 때문에 오는 것에 불과하다.<<<

 

이 글은 창원시정연구원이 2021년에 번역한 『馬山港誌』(1926) 중 107번 째 것이다. 그림은 별도로 삽입하였다. 『馬山港誌』는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일본 문헌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저자는 앞서 게재한 『馬山繁昌記』와 같은 스와 시로(諏方史郞)이다. 본 포스팅은 비영리를 전제로 창원시정연구원의 양해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