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봉산학회 거제 대금산 탐방기(2023. 4. 1 산행)
참석자 : 서익진, 정규식, 신삼호(차량), 손상락, 김재현(글쓴 이), 허정도
산수유, 개나리, 매화 등은 벌써 지고 벚꽃, 진달래 등이 마구 피어나 지려고 하는 3월 마지막 금요일(31일) 아침, 4년 전 마산에서 부산으로 이사한 내게 정규식 교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봉산악회에서 내일(토요일) 대금산 가는데 같이 가자는 반갑고도 고마운 전화였다. 대금산은 진달래 축제로 유명한 산이고 거리도 괜찮아서 바로 오케이라고 했다. 마침 진달래꽃이 한창이기도 하고, 또 대만 아리산 산행 전에 우리 산악회 회원분들 얼굴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4월 첫째 날 아침 들뜬 마음에 잠도 일찍 깨어 산행 준비를 하고 8시 반 넘어 만남 장소인 도해사(道海寺)로 향했다. 낙동강 강변도로에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푸른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도로 양쪽으로는 벛꽃이 만개했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날이 쾌청하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은 맑고 밝았다. 거제대교를 조금 지나 대금산 가는 작은 길로 들어섰다. 속도를 늦추어 좌우 경관을 즐기다보니 도해사에 도착했다.
곧이어 일행이 신삼호 회장 차로 다섯 분 모두 도착했다.(10시 10분)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한국 100명산 탐방대’ 플랭카드 펼쳐 전체 사진 찍고 바로 출발!
그런데 지난 번 산신제 때 플랭카드가 바람에 날아가 새로 만들면서 ‘학봉산악회’를 ‘학봉산학회(山學會)’로 변경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대충 짐작이 되었다.(회원들은 다 알텐데 상상해 보시길)
그런데 ‘산학회’는 산에 대해 무언가를 배워가며 세미나도 하고 학술답사도 해야되는게 아닌가 하며 ‘산의 인문학’(집에 와 찾아보니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 최원식 지음, 한길사)도 있다고 썰풀다보니 나보고 산행기를 쓰라고 한다. 산학회 명칭 변경 후 처음쓰는 산행기가 되는데 괜히 부담감이 생긴다.
대금산은 해발 437.5m로 신라 때 쇠를 생산했던 곳이라 대금(大金)산으로 불리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나무들이 정상을 비단처럼 둘러싸서, 또는 봄이면 진달래가 산 정상을 비단처럼 장식해서 대금(大錦)산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해도사 오른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 바다도 여유롭게 보면서 워밍업을 하다 보니 시루봉(356.7m)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제법 경사가 심한 길인데도 진달래 군락을 보기 위해 산행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40여명 되어보이는 전주에서 온 산악회도 있었다. 오르는 길 경사가 계속해서 심하다 보니 원로(?) 한 분이 힘들어한다.
제일 젊고 건장한 손박사는 일찌감치 앞으로 나가고, 다른 일행은 보조를 맞추며 기다리기도 하고, 중간중간 바다도 보면서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마침내 돌무더기로 조그만 봉우리를 이루는 시루봉이다. 조그맣게 서 있는 정상석과 그 주위에 진달래꽃이 피어 있다.
미세먼지로 시계가 조금 흐렸지만 바다와 맞은편 외포 쪽 망월산(望月山)이 멋지게 눈 앞에 펼쳐진다. 대금산 정상 부근의 붉은 진달래 군락도 멀리 보인다.
힘들게 늦게 올라온 서원로는 벌써 지친 모습으로 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모두들 시루봉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찍고, 휴식을 취한다. 허정도 원로께서 배급해준 흑마늘액을 마시고 또 신삼호 회장이 제공한 귤을 맛나게 먹으며 체력을 보충한다. 이제 시루봉에서 정상까지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하는 코스다.
서원로가 드디어 민원을 제기한다. 코스가 너무 힘들어 정상까지 못가겠고 하산하겠다며 김밥 1인분을 달라고 하자, 회장이 충무 김밥의 밥과 반찬이 각 2인분씩 포장되어 있어서 1인분 나누기가 곤란하다고 말한다. 옆에서 허원로가 보기에 딱했는지 아니면 본인도 힘들었는지 모르지만 자기도 같이 내려가겠다고 거든다.
산행팀이 나뉘어질 위기의 순간이다. 모두들 긴장(?)해서 한마디씩 하는데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각자 알아서 기억하거나 상상해 보시길.(산행코스가 좀 힘들거나 보급품이 좀 안좋거나 하면 바로 민원이 제기된다는데, 때로는 원로들에 의해 회장 탄핵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고 한다. ㅎㅎ 민원이 없으면 산행하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결국 지도를 보면서 정상으로 가는 중간에 임도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는 곳까지 일단 내려가서 결정하기로 타협한다. 충분히 쉬고 영양제로 체력 보충도 했고 또 내려가는 길이기 때문에 수월하다. 나무로 된 계단길을 한참 내려가니 숲길처럼 평탄한 길이 나오고 곧바로 중간 이정표가 나타난다.
누군가가 “지도상의 등고선을 보면 시루봉 올라오는 길이 가파르지만 진달래 군락지 거쳐 정상가는 길은 훨씬 완만하다”고 설명하면서 같이 가자고 하여 마침내 일행이 분열되는 참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었고, 이후로는 어떤 민원도 나오지 않았다.
중간 이정표를 지나 완만한 경사길을 계속해서 오르니 정상과 진달래 군락지로 나뉘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우리는 오른쪽 군락지로 향해 나아간다.
조금 오르니 얼마 안가서 무학산 서마지기보다 좁지만 완만하고 널찍한 고개(뿔쥐바위 고개라고 하는데 이유는 모르겠다)가 나오고 왼쪽으로는 분홍색, 붉은색의 진달래꽃들이 오른쪽으로는 벚꽃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모두들 멋진 풍경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는다. 등산객들도 엄청 많아졌는데 이 근처 임도까지 차로 올라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정상으로 가는 길 입구에서 하산하는 거제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매년 이때쯤 올라오는데 작년보다 군락지가 넓어지고 ‘진달래 터널’도 더 멋있어졌다고 한다.
‘벚꽃 터널’은 들어봤지만 ‘진달래 터널’이라니! 기대를 하며 진달래 군락 사이로 좀 더 올라가니 말 그대로 진달래이 마주보고 기울어져 아담하고 긴 화려한 꽃터널을 이루고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올라가다 한번씩 뒤돌아서서 맞은편 흰 벚꽃과 바로 아래의 분홍색 진달래꽃숲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는다.
터널이 끝나고 정상에 가까워지니 진달래꽃 사이로 나무 계단이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웅장하고 멋진 바위가 나타난다. 이곳에 올라 내려다보며 또 감탄하고 사진찍고...
서 원로는 부인이 진달래꽃을 너무 좋아한다며 내일이나 모레 다시 오겠다고 한다. 부인 사랑이 이토록 지극하다니! (아님 눈치를 잘 보시는건지ㅎㅎ) 아무튼 현명한 마음가짐으로 우리 모두 배워야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년 이맘때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오려고 한다.
정상 부근 데크전망대에 서니 분홍, 붉은색이 어우러진 진달래숲과 그 너머에 있는 희고 연분홍의 벚꽃나무들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다녀본 산들 중 가장 멋있고 화려한 꽃들이 피어있어 그야말로 절경이다.
정상(437.5m)에는 많은 사람들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순서를 기다린다. 우리도 겨우 단체사진을 찍고 밥먹을 장소를 찾다가 올라온 곳으로 내려가 널찍한 곳을 찾기로 한다.
내려가는 계단과 터널을 지나며 다시 풍취를 즐기다 보니 금방 내려온다.
진달래꽃숲 맞은 편에 있는 벚꽃나무 밑으로 가서 자리를 잡자 맛있는 점심상이 차려졌다. 시계를 보니 12시 20분이다. 두 시간 정도 산행을 한 것 같다. 막걸리로 축배를 들고 족발, 김밥 등을 맛있게 먹는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진달래꽃의 붉은 향연과 함께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면서 음식과 술잔에 떨어지고....
멋진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일본의 벚꽃 문화이야기, 일본의 지진, 종교 이야기 기타 등등)를 나누니 어떻게 더 이상의 호사를 바랄 수가 있을까!
여유롭게 식사를 마친 뒤 몇 분이 준비해 온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왔던 길로 하산한다. 아이스케키까지 먹으니 식도락도 수준급!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니 얼마 안가 임도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나오고 그 길로 어느 정도 내려가니 임도가 나온다. 이제 완전 평평한 길이다. 가끔식 자동차가 먼지를 일으켜 조금 언짢았지만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해도사에 도착했다.
망월산과 좌우의 바다를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 절인데, 입구에 큰 지장보살(머리가 검정색)이 조성되어 있어 궁금했는데 개인 사찰이라고 한다.
바로 헤어지기가 섭섭해 카페를 가려고 외포항으로 갔는데 카페는 안들어가고 멸치회를 먹기로 결정. 항구에는 멸치잡이 배들이 여러 척 들어와 있다. 여러사람이 줄지어 그물에 잡힌 멸치를 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처음보는 구경거리다.
포구 맞은 편 횟집에서 간단하게 멸치(비빔)회와 소주 한잔 나누니 피곤도 잊혀졌다.
기왕 외포까지 왔는데 싶어 가까이 대계마을에 있는 김영삼 대통령 생가와 기록관 관람까지 했다.
대금산 진달래 천지, 멸치털이 구경과 멸치회+소주 한 잔, 김영삼 대통령 생가와 기록관까지... 산행하며 멋진 풍경을 보고, 새로운 경험도 하고 역사공부까지 한 짧았지만 알찬 하루였다.
오래간만에 학봉산악(학)회 회원들과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다.
4월 말 대만여행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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