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9월 14일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2025년 1월 1일부터 세종시가 시내버스 요금을 없앤다. 출발지나 최종 목적지가 세종시인 모든 버스가 무료다. 마을버스·광역급행버스(M-Bus)·간선급행버스(BRT) 전부 적용되며, 요금 전액을 지역화폐로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세종시에서 운행하는 굴절버스>
이유는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 때문이다.
세종시의 승용차 수송분담률은 46.9%로 국내 특·광역시 중 가장 높다. 하지만 버스 수송분담률은 7.9%에 불과하다. 국내 최고수준의 BRT시스템 등 버스운행 최적조건을 갖추었지만 승용차 이용자가 워낙 많아 그렇다.
세종의 시내버스요금이 1,400원이니 직장인 일인당 한 달에 칠팔만 원 정도 절약되는 셈이며, 이로 인해 증액되는 세종시의 예산은 연간 256억 원이다.
경북 청송군은 올해부터 군민뿐 아니라 누구나 버스를 무료로 타게 했다. 이로 인해 증액되는 청송군의 예산은 연간 3억5천만 원이다.
우리 지역의 사정은 어떤가? 실행은 물론 계획을 가진 곳조차 없다.
창원시의 경우 승용차 수송분담률이 61.1%로 제주도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준공영제와 BRT 도입 등 시내버스운행시스템 변경에 그칠 뿐 요금무료는 생각조차 않고 있다.
75세 이상 노인에 한해 한 달에 여덟 번 무료승차를 계획하고 있는 정도다. 같은 대한민국 도신데 차이가 커도 너무 크다.
쾌적한 도시로 가는 첩경은 승용차 운행을 줄이는 것이다. 시내버스 시스템 변경으로 승용차 사용량을 줄이기는 어렵다.
승용차 운행을 줄이는 대안 중 하나가 시내버스의 무료운행이다. 버스비가 무료라도 승용차를 많이 타겠지만 유력한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아지면 그로 인한 경제적·사회적·환경적 효과도 크다.
교통체증이 완화되어 통행시간이 단축되고 사고비용이 절감되며 환경이 개선되어 건강에도 유익하다. 주차난이 해소되는 이점도 크며, 세종처럼 지역화폐로 환급해줄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세종시가 무료결정을 앞두고 시행한 연구용역에서 얻은 비용대비편익(B/C)은 1.68이었다. B/C가 1.0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다는 뜻이다.
무료운행으로 인한 재정 부담보다 사회적 이익이 더 크다는 의미다.
대중교통 무료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시도되었다.
로마에서는 1971년에 이미 무료버스를 실험했다. 이벤트가 아니라 정책 실험이었으니 최초의 무료 대중교통정책이었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교통난 해소뿐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료버스를 채택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로 유명한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룩셈부르크는 시내버스에 더해 전철과 트램까지 무료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서 시행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전면 무료가 아니더라도 요금을 현저히 내리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이 대중교통 무료화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주리주 캔자스는 수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워싱턴D.C.도 시작했다. 미국의 많은 도시에서 평등권을 이유로 대중교통무료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시내버스 무료가 도시교통시스템 개선의 추세적 흐름이다.
‘버스비가 무료?’라고 의아해할 필요 없다.
사회생활에 필수적으로 갖추어져야 할 것들이 점차 무료로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상교육 무상급식이다.
핀란드는 이미 2010년에 인터넷 사용을 국민기본권으로 규정했다.
시내버스 무료화는 그런 변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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