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1월 13일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규모·공간 구성이 남다른 말이산고분군
지난달 연 전망대에선 보기 드문 전망도
경사다. 나라의 경사고 경남의 경사다. 가야시대 일곱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2013년 잠정목록에 오른 후 10년 만의 결실이다. 등재된 가야 고분군은 1∼6세기에 연속 조영된 고분으로, 고령과 남원을 제외한 다섯 고분군이 경남의 함안·창녕·김해·합천·고성에 있다.
결과는 한순간 나타났지만 등재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최초에는 함안과 김해 고분군만 잠정목록에 올랐으나, 뒤이어 고령 고분군이 별도로 올라 모양새가 나빴다. 세 고분군을 합쳐 다시 시도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그 뒤 창녕·합천·남원·고성까지 일곱 고분군으로 다시 추진해 등재되는 듯했다. 하지만 개최국인 러시아에 전쟁이 터져 회의가 무산됐다. 최종 확정은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45차 세계유산회의에서 이루어졌다. 1995년 국내 최초로 등재된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에 이어 16번째다. 경남에는 산지승원으로 양산 통도사, 서원으로 함양 남계서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등재된 가야시대 일곱 고분군 어느 것 하나 역사적 무게감과 문화적 가치에 높낮음이 없지만 함안 말이산 고분군(위 사진)은 남다른 특색이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던 2018년 말이산 13호분 석곽묘 덮개에서 별자리 문양이 확인돼 가치를 높였고, 비슷한 시기에 고분군 인근 1㎞쯤에서 토성으로 된 아라가야의 왕성지가 발굴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봉황장식 금동관과 보물로 지정된 상형도기 5점이 한꺼번에 출토돼 1500년 전 아라가야의 찬란한 문명이 재확인됐다. 2021년에는 가야고분 최초로 중국 남조 청자가 출토돼 아라가야의 국제성을 보여줬고, 최근에는 한반도에서 가장 큰 집단토기생산시설이 발굴되기도 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이번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에 말이산 고분군 역할이 컸다는 평가까지 있다.
말이산 고분군의 남다른 점은 규모와 공간 구성이다. 2㎞에 걸쳐 늘어선 해발 60m의 산등성이를 따라 크고 작은 봉분 127기가 어우러져 있다. 봉분 사이로 들어서면 마치 1500년 전 아라가야 사람들과 함께 선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걷기에도 좋고, 남쪽 풀밭에 앉아 한밭들 바라보는 한가로움도 좋다. 인생숏 남길 장소로도 그만이다. 바라만 보는 공간과 머물 수 있는 공간의 차이가 큰 만큼 장소로서 가치가 높다.
숨은 자랑거리가 하나 더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가야 고분군을 찾는 분들이 많다기에 드리는 말이다. 말이산 서쪽 너머의 함안박물관이 지난달 제2전시관을 증설·개관하였다. 이 전시관 3층 카페테리아 남쪽의 고분전망대가 바로 그것이다.
말이산 고분군에 가는 분들, 박물관 관람 후 이 전망대에서 고분군 파노라마를 꼭 한번 바라보시라. 장엄하면서도 부드럽게 굽이치는 선의 조화가 펼쳐지는, 보기 드문 고급 뷰포인트이다.
아름다운 경치와 건물은 그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는 남다른 장소를 가지고 있다. 드론으로 찍은 장면이 더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갈 수 없는 장소에 드론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분전망대는 그런 장소다. 설계를 한 건축가 송인욱은 "말이산 고분군의 장대하면서도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장소"라고 했다. 건축가의 의도된 공간이라는 말이다.
가을이 깊다. 가슴이 텅 빈 듯 허전한 분들, 저물어 가는 한 해가 아쉬운 분들, 함안박물관 고분전망대에 올라 1500년 전 아라가야의 장대한 시간을 품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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