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풍광미(風光美)
진해에 풍광미가 풍부하다는 것은 이제 와서 거론할 나위는 없을 터이지만 서너 개 있는 그대로를 기록해 두자
(일) 일출
안개 속에 햇님이 하얀 옥처럼 빛나고 있다. 울퉁불퉁한 천자봉연산(天子峰連山)이 서서히 밝아지며 짙은 회색 쪽배가 한 척, 조용이한 기름 같은 수면에 까만 선을 가느다랗게 그어가면서 저쪽 덕산(德山) 쪽으로 저어 가고 백의 입은 한인이 깜짝 놀라 서서 지켜보고 있다 (행암만).
그렇게도 유명한 큰 팽나무 부근의 상야등(常夜燈)에 엷게 불씨가 남아 있다. 아직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에 무슨 구미(組)이라고 옷깃에다 적힌 작업복을 입은 사내다운 젊은이가 상반통(常磐通, 도키와도오리, 아래 사진-상반통 2정목)를 꺾어 천첨정(川添町, 가와조에초)쪽으로 들어갔다. 무언가 일 때문에 동료 집에나 찾아가는 것 같다 (큰 팽나무 부근).
(이) 저녁 풍경
저녁노을이 점점 깊어가 맞은 편 세관이나 두산(兜山, 가부토야마), 수산조합 어사(漁舍) 등이 하나하나 칠흑 속에 보이지 않게 들어가고 말았다 (덕산).
빛이 꺼져 여태까지 왕래가 심하던 시가지 전체는 유명곡(有明谷, 아리아케다니) 안쪽으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어두워졌다 (시가지).
(삼) 봄비
띄엄띄엄 보이는 가로등이 어렴풋이 도로 양측 집에 봄밤의 달처럼 약한 빛을 던지고 있다. 그 주변을 보슬비가 비스듬히 반짝이면서 은실 같이 내리고 있다. 어느 집의 무녀(舞女)인지 위태하게 우산을 들고 초음정(初音町, 하츠네쵸) 방면으로 간다 (천첨정, 川添町, 가와조에쵸).
(사) 하천
천폭(川幅)은 좁지만 정시 소야가와이 유명곡(有明谷, 아리아케다니)에서 흘러나와 맑은 물 흐름을 따라 물이 불어 시내를 관통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그다지 수위도 높지 않으나 비가 오기만 하면 수위가 많이 올라가 도도하게 재등만에 흘러간다. 정시천(征矢川, 소야가와)에 걸려 있는 다섯 개 다리는 훗날 진해 명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시천, 征矢川, 소야가와).
(오) 해변가
해변이 길고 모래가 하얗다. 얼핏 보기에 해삼같이 생긴 바위가 보인다. 머리가 아플 때나 화가 났을 때에 이 해변가에 오면 깨끗이 나아지고 말 것이다 (동하리 東河里→속천리 束川里).
(육) 집
그렇게 훌륭하게 지어진 요릿집에 놀러가 근사한 옷을 입고 한가롭게 노래나 부르고 춤을 추고 있어도 마음 속 고생은 끊이지가 않을 터라고 속삭였다. (요릿집)<<<
이 글은 2022년 창원시정연구원이 1910년대와 20년대 진해의 모습을 담은 세 권의 책을 번역하여 하나로 묶어 낸 지역사발굴연구 교양총서 3권 『근대 문헌 속 진해』 중 『진해』 부분이다. 1912년 출간되었으며 저자는 스기야마 만타(杉山萬太)이다. 본 포스팅은 비영리를 전제로 창원시정연구원의 양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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