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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이야기

대형건물앞의 미술장식품. 감상 좀 하시나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2. 8.

길을 걷다가 규모가 큰 건물 앞을 지날때면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늘 다니던 곳인데도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조각작품이 서있는것을 발견할 수 있을것입니다.

건물앞에 설치된 이 미술장식품들은 연면적 1만평방미터 이상의 건물에 건축비의 100분의1 범위내에서 미술장식품을 설치하도록한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설치 한 작품들입니다.

왜 이런 법을 만들었을까요?
아마도 삭막하고 무미건조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예술적 감흥을 주고 건축물의 외부공간을 품격있게 함으로서 도시경관의 수준을 높이고자 한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변을 설치된 작품들을 둘러보면 감동을 주거나 눈을 즐겁게 하는 작품은 손에 꼽기도 쉽지않은 실정입니다.
건물이나 주변환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작품들이 많고, 크기 또한 너무 왜소해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구석진 곳에 설치된곳이 많고 그나마도 간판이나 주차관리실등에 가려지고 훼손되어 오히려 미관을 헤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요?
미술장식품은 제도가 만들어진 당초의 취지대로 공공적인 성격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건물주 개인소유라는 인식이 큽니다. 최소한의 법기준만 충족시키면 설치가 가능하고, 작가들의 과다경쟁으로 인해 작품성보다는 건물주의 요구대로 설치되기 십상입니다. 뛰어난 작가의 작품이 선정되기 힘든구조입니다.

또한 설치 후 관리책임은 건물주에게 있으나, 법률적인 책임의무가 없어 아무도 유지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심지어 영업을 위해 철거해버린 경우도 허다합니다. 

아래사진은 용호동의 한 빌딩앞에 있는 문신선생의 작품입니다. 미술관에 있었더라면 대접받았을 작품이 건물 한귀퉁이 주차관리소와 간판들 틈에 애처롭게 서있습니다.
기단부는 관목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습니다. 소재가 내구성이 좋아 형태의 원형을 유지하는것만도 다행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몇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미술장식품 선정방식을 중요건축물에서 시행하는것 처럼 공모제로 하면 어떨까요?
미술장식품 설치에 소요되는 금액을 공탁을 걸고 투명한 심사을 전제로 공모를 하여 당선작을 선정합니다. 
특색없는 작품들은 배제되고, 지역성과 건물, 외부공간과의 조화를 고려하고 작품성이 높은 작품이 선정될수 있을것입니다.

법률에 정한 금액만 제대로 집행된다면 당선작에는 제작권을 부여하고, 참가한 우수작가에게 소정의 경비를 지급할수도 있을것입니다.
이로인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작가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할것입니다.

설치 후 정기검사등 사후 관리를 위한 규정을 만들면 한번 설치된 후 방치되다시피 하는 관행을 막을 수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작품을 조각품 위주로만 설치할것이 아니라 법에서 정한 회화 및 벽화, 분수대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설치된다면 도시의 표정이 훨씬 풍부해지지 않을까요?

얼마전 건축전시행사가 열린 대구의 한 신축 주상복합건물을 방문했습니다.

건물 전면에 찻잔을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린 형태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일단 거대한 규모가 눈길을 끌었고, 단순하지만 기발한 발상에 지나가는 이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거나 두드려 보는등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섣부른 예측일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이동네의 명물이 될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미술을 포함한 예술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아름답지 않다고 느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작품은 분명 수준높은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일부러 미술관을 가지 않더라도, 길을가다 눈을 즐겁게하고 감동을 주는 미술작품들을 문득 마주칠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