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4.10.24일자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 발표와 달리 인체서 녹조독소가…
우리 미래는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다
10월 7일 낙동강 유역 거주 주민 22명의 콧속 '녹조독소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농민, 어민, 주민, 환경운동가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무려 절반인 11명이 양성반응을 보였다. 충격적이다. 콧속에서 녹조독소가 검출된 것은 공기 중 녹조 에어로졸이 코를 통해 인체에 흡입되었다는 의미다. 녹조 독은 낙동강 물로 재배한 쌀, 무, 배추에서도 검출되었다. 심지어 낙동강으로부터 3.7㎞ 떨어진 아파트 거실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되었다. 낙동강 물을 사용하는 수돗물의 녹조 독은 미국 캘리포니아 수돗물 관리기준 0.03ppb를 9.4배 초과했다. 녹조 발생 13년이 남긴 응보다.
녹조를 연구하는 미국 전문가들에 의하면, 녹조 독은 청산가리의 6600배에 이르는 독성이 있어서 인체에 흡입되면 치매, 암, 생식기능 저하 등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녹조 독이 강바람을 타고 '에어로졸화'되면 미세먼지와 결합해 독성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아이와 노인과 환자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설령 즉각적인 반응이 없더라도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녹조에어로졸을 '조용한 살인자'라고도 부른다.
낙동강은 1000만 영남 주민의 생명수이다. 영남주민 다수가 낙동강 물을 마시고 쌀과 채소도 이 물로 키운다. 강 둔치에서 파크골프를 치고, 가족들과 텐트야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즐긴다. 낙동강 녹조 독은 수돗물로 논으로 공기로 확산해 급기야 우리 눈앞에 왔고 일부는 이미 몸속까지 침투했다. 이런 만큼 누구도 녹조 독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태어날 아이들이 더 걱정이다.
서방 선진국에서는 녹조 독 관련 안전기준을 다양하고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낙동강 원수 관리기준도 수돗물 관리기준도 없다. 정부는 "낙동강에 녹조 독이 있지만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수돗물과 공기 중에는 단 한 번도 검출된 적이 없다"라는 발표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가 녹조 독성을 조사한 장소와 횟수와 시기를 따져보면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허술하기 짝이 없다. 문제를 숨기고 덮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으로 낙동강은 거대한 물통이 되었다. 흐르는 물에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여름 금강의 세종보 구간은 그 엄청난 폭염에도 녹조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금강 세종보 수문이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동강 보 수문은 열지 않았다. 낙동강 녹조 발생 이후 다수 국민이 수문 개방을 요구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가 열었던 수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수문 개방에 필요한 취수양수시설 개선사업비를 제대로 집행하지도 않았다. 환경단체의 녹조 독 검출경고, 공동조사 제안, 녹조 독 안전관리기준 마련 등을 외면했다. 개탄스럽게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공직자들이 오히려 그 반대로 가는 정책만 고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11일 시민사회는 낙동강을 더는 방치할 수 없음을 선언하고 국회청문회 국민청원 5만 명 서명에 들어갔다. 치명적인 녹조의 독성이 콧속에서까지 검출되었으니 우리 건강과 우리 미래는 우리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결단에서다. 옳은 일이다. 국회청문회를 통해 낙동강의 참상을 제대로 알리고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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