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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이야기

창원박물관

by 운무허정도 2024. 12. 12.

이 글은 2024.12.10일자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내년도 시 예산안서 빠져버린 건립사업

'제대로 된 박물관'시민 갈증 외면 않길

 

오랫동안 추진되었던 창원박물관 건립계획이 보류되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중단되었다.

 

 

통합창원시 박완수 초대시장 때인 2010년 시작했던 것을 2016년 안상수 시장이 중단시켰다가 2018년 허성무 시장이 다시 추진한 사업이다.

국립창원대 산학협력단의 기본계획수립과 건립타당성조사를 토대로 창원시가 노력해 2021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박물관설립타당성 사전평가'를 승인받았다.

다음 해인 2022년 3월에는 문체부·행정안전부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유물 4500여 점까지 수집해 임시수장고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 창원시 수장이 바뀐 뒤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추진 일정이 느슨해졌고 박물관 규모를 줄였다. 재정 여건을 이유로 문체부로부터 승인받은 4500평 규모를 2400평으로 축소하려 했다.

그러자 그 규모로는 박물관 구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반대 여론이 일었고, 축소 규모가 너무 커 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결국, 정부의 재평가가 필요 없는 범위인 10%만 줄여 4000여 평으로 확정했다.

규모가 축소되고 일정이 미루어졌지만 창원시의 박물관 건립 의지는 남아있었다.

지난 8월 창원시는 기존 종합박물관 유물전시에서 탈피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계획하고 있다면서 전시콘텐츠와 유물수집 범위, 방향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담당국장은 "박물관 건립사업은 행정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경남도와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도 전환사업비 확보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명토 박았다.

이랬던 박물관 사업이 창원시의 내년도 예산편성에서 통째로 빠져버렸다. 건축기획용역비 2200만 원을 책정해 명맥은 유지했지만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중으로 설계공모를 시작할 것이라지만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

2021년 승인 당시 문체부가 '승인을 받고도 건립하지 않았던 전력 때문에 재승인이 어렵지만 다시 한번 창원시를 믿고 승인한다'고 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될 것 같다.

홍남표 창원시정의 슬로건은 '동북아 중심도시'이다. 창원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하나 없이 이런 거대 슬로건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는가?

창원박물관은 창원의 역사와 문화를 집대성한 교육공간으로 창원시의 정체성이 집약될 공공장소이다. 인구 100만 도시에 제대로 된 박물관 하나 없는 탓에 창원에서 발굴된 문화유산과 유적들이 인근 박물관으로 실려 가거나 창고에서 잠자고 있다.

통합된 지 14년이 지났고 특례시가 되었다. 그에 걸맞은 박물관 건립계획이 이런 식으로 사그라지는 것이 옳은지 묻고 싶다.

이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는 창원시 나름의 입장이 있겠지만 오랫동안 박물관을 기다렸던 시민으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시정책임자에 따라 시정방향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전임자의 정책을 이렇게 단절시키면 앞으로 창원시의 대형장기프로젝트는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한 가닥 희망은 정부의 승인 기간이 2026년까지라는 점이다. 내후년 말까지 착공하면 된다는 뜻이다.

어렵고 힘든 사정이 있겠지만 시민들의 문화 갈증을 외면하지 말고 다시 한번 생각하기 바란다. 박물관을 한껏 기다렸던 시민들을 위해서이다.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